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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0

암을 막고 수명을 12년 늘린 비결 - 장수 산업의 미래

두더지쥐 유전자


암을 막고 수명을 12년 늘린다, 두더지쥐 유전자가 여는 장수 산업의 미래

‘500세 인간 시대’, 결코 공상만은 아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2013년 설립한 생명과학 기업 칼리코(Calico)는 이미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들이 주목한 생명체는 바로 아프리카의 작은 포유류, 벌거숭이두더지쥐다.


겉보기에 평범한 두더지쥐가 인류의 노화 연구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그 비밀은 단 4개의 아미노산이 바꾼 ‘유전자의 반전’에서 출발한다.



1.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반전 유전자, cGAS

두더지쥐(Heterocephalus glaber)는 몸길이 10cm 남짓, 수명은 무려 32년이다.

비슷한 크기의 쥐보다 10배 이상 오래 산다. 인간으로 치면 800세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 동물은 암에 걸리지 않고, 통증도 거의 느끼지 않으며, 산소가 없어도 18분을 버틴다.


최근 중국 통지대 마오 지용(Zhiyong Mao) 교수 연구진은 두더지쥐의 장수 비밀을 ‘cGAS(고리형 GMP-AMP 합성효소)’에서 찾아냈다.

이 효소는 세포 속 DNA의 손상이나 외부 침입을 감지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인간에서는 이 효소가 세포핵 안에서 오히려 DNA 복구를 방해해 암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두더지쥐의 cGAS는 정반대다. 세포핵 안에서도 DNA 손상을 복구해 암을 억제한다.

이 놀라운 차이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4개의 변이에 있었다.


1). 네 개의 아미노산이 바꾼 생명 시계

연구진은 두더지쥐 세포의 cGAS에서 4개의 아미노산을 인간형으로 바꾸자 DNA 복구 기능이 사라졌다.

반대로, 인간의 cGAS를 두더지쥐형으로 바꾸자 복구 기능이 되살아났다.

그 결과는 명확했다. 단지 4개의 아미노산 차이가 ‘암을 부르는 효소’를 ‘암을 막는 효소’로 완전히 뒤집어놓은 것이다.


실험은 초파리 모델에서 진행됐다.

두더지쥐형 cGAS를 유전적으로 삽입한 초파리는 일반 초파리보다 16% 더 오래 살았다.

이를 인간 수명으로 환산하면 12년 연장과 같다.



2. 인간에게 적용 가능한가? 생명공학의 현실적 시도

마오 교수 연구팀은 “인간 세포가 두더지쥐 버전의 cGAS를 생산하도록 유도하면 수명 연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 근거는 이미 기술적으로 충분하다.

유전자 편집 도구인 크리스퍼(CRISPR)와 mRNA 기술은 특정 단백질을 인체 내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즉, 인간의 cGAS를 직접 수정하거나, 변형된 단백질을 유도할 수 있다.

이 방식은 노화를 지연시키는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1). 유전자 편집 접근법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하면 cGAS의 특정 부위를 잘라내고, 두더지쥐형 서열을 삽입할 수 있다.

이는 이론상 인간 세포의 DNA 복구 능력을 강화하고 암 억제율을 높인다.

다만 면역계 과활성화나 예기치 않은 돌연변이 위험이 존재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2). 소분자 약물 접근법

유전자를 직접 바꾸지 않고, 인간형 cGAS 단백질을 두더지쥐형처럼 작동하게 만드는 소분자 약물도 가능하다.

이는 약물 설계·AI 기반 단백질 모델링과 결합될 수 있어, 제약 산업의 새 성장축으로 부상 중이다.



3. 구글의 칼리코가 그리는 500세 인간

구글의 칼리코는 노화를 ‘데이터화’하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들은 벌거숭이두더지쥐를 실험 모델로 삼아 “나이가 들어도 죽지 않는 생명체”의 원리를 찾고 있다.


2018년 칼리코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두더지쥐가 ‘곰페르츠 노화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즉, 나이가 들어도 사망 위험률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30세 이후에도 300세까지 동일한 생존 확률을 유지하는 셈이다.


이 결과는 단순한 장수 연구가 아니라, ‘노화가 프로그램된 과정이 아닐 수도 있다’는 과학적 전환점을 제시했다.



4. 장수 유전자가 만든 신산업의 지형

‘노화는 질병이다’라는 인식은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화두가 되었다.

이제 장수 연구는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산업화의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두더지쥐의 유전자는 그 대표적 전환점이다.

관련 시장은 ▲유전자 치료제 ▲노화 억제 약물 ▲바이오 데이터 분석 ▲AI 신약 설계 등으로 빠르게 확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트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항노화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740억 달러에서 2033년 20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유전적 장수’라는 키워드가 있다.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단순히 의료의 영역을 넘어, 경제 구조와 사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대한 패러다임이다.



5. 과학이 만든 윤리적 경계

하지만 모든 기술이 그렇듯, 생명 연장의 길도 명암이 있다.

수명 연장이 노화의 극복이 아닌 ‘불평등의 심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편집이 가능한 시대에는 부유한 사람만 더 오래 살게 되는 ‘생명 격차’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장수는 단순히 생물학적 연장만이 아니라, 사회적 수용성·윤리·철학적 논의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은 분명히 인간의 한계를 조금씩 뒤흔들고 있다.



결론 : 두더지쥐에서 시작된 500세 인간의 가능성

벌거숭이두더지쥐의 cGAS 변이는 단지 생명공학적 발견이 아니다.

그것은 ‘노화가 운명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의 서막이다.


단 4개의 아미노산 차이가 암을 억제하고, 수명을 연장하며, 인간의 삶의 주기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인류에게 큰 질문을 던진다.

500세 인간은 아직 먼 이야기지만, 그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지하의 작은 두더지쥐가 있다.

관련 자료 : Science 논문 원문




그럼 끝